솔직히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언가를 알았다면 결코 인스톨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Raplay이라니! 말 그대로 Rape + Play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게임 내용도 딱 그거였다. 강간, 조교... 아니나 다를까 제작사가 일루전이다. 미행과 감금의 그 일루전. 인공소녀나 섹시비치와 같은 비교적 정상적인(?) 게임을 만들기에 정신을 차렸나 했더니만 역시나 일루전은 일루전이었다.

물론 나도 포르노를 좋아한다. 한때는 야설도 써 봤고. 그걸로 돈도 벌어 봤고 지금도 쓰고 있다. 그러나 그래도 단 한 가지 절대 보지도 읽지도 쓰지도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강간물이다. 무엇을 보든 지나치게 캐릭터에 자신을 이입하는 타입이라 강간이라는 게 어떤 것인가 알게 된 이후 보는 자체만으로도 참을 수 없이 나 자신이 고통스러워지는 때문이다.

그러나 또 따지고 보면 포르노라는 건 기본적으로 강간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포르노란 결국 타자를 객체화하는 것이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한 인간으로부터 인격을 제거하여 자신의 욕망을 투사할 수 있는 어떠한 객체로 만드는 것이다. 그럼으로써만이 거부당할 걱정 없이 마음 놓고 그 대상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여 즐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르노에서의 합의된 섹스는 "합의를 전제한" 섹스다. "합의한"이 아니라 "합의하지 않을 수 없는" 섹스다. 근친상간과 같은 극단적인 예는 일단 빼더라도 교사와 학생 사이라든가, 죄수와 간수라든가, 혹은 범죄자와 경찰이라든가... 물론 그런 경우가 아주 없지야 않겠지만 과연 포르노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겠는가? 아무 거부감 없이? 아무 저항 없이? 아무 장애 없이?

 

말하자면 이런 거다. 특히 일본의 조교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어떤 여자가 있고, 그 여자를 노리는 남자가 있고, 강간을 하고 온갖 치욕을 주어 길들이는 과정에서 어느새 여자는 남자를 요구하게 된다. 원래는 남자를 거부하는 입장에 있던 여자가 오히려 남자에게 매달리며 새된 비명을 질러댄다. 그런 거다. 이 또한 판타지이기는 하지만 포르노란 단지 그러한 과정이 생략되어 있을 뿐인 것이다.

말했듯 원래 자연스레 그렇게 되는 경우도 없잖아 있기는 하다. 선생과 학생이 맺어지고, 간수와 죄수가 결혼하기도 하고, 범죄자와 경찰이 연인이 되기도 하고, 환자나 혹은 의사가 서로에 대해 묘한 감정을 느끼더라는 연구결과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렇더라도 과연 섹스를 하고 싶다는 일방적인 욕망에 대해 상대는 그렇게 쉽게 응해주겠는가? 기꺼이 학교나 병원이나 교도소 등의 금지된 장소에서까지?

 

결국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어떠한 강제가 따를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포르노에는 나오지 않는 어떤 폭력에 의한 것일수도 있고, 어쩌면 위계에 의한 것일수도 있다. 아니면 포르노이기에 그러기를 강제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것을 아루는 것은 바로 "전제"다. 그럴 것이다라는.

 

즉 이것저것 필요없이 그 상황에 그러한 욕망과 요구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다른 의견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 섹스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을 때 상대는 그에 응하고, 혹은 응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도저히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도 포르노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그럴 수밖에 없도록 한다.


그래서 포르노에서의 섹스에는 어떠한 동의과정이란 자체가 필요없다. 중요한 것은 성적 욕망이 있는가 없는가다. 섹스를 하고 싶은가 아닌가다. 섹스를 하고 싶으면 그 다음에 동의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포르노의 약속에 의해서. 포르노의 전제에 의해서. 포르노의 강요에 의해서. 그것이 바로 우리가 보는 포르노라는 것이다.

 

강간이란 원래 상대의 동의를 전제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항상 전제하는 것이다. 상대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일방적인 욕망으로써.

 

"강간당하면서 여자도 즐긴다!"

"다 자기도 좋으면서..."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동의하게 되고,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오로지 그것만을 전제하는, 그래서 강간과 포르노란 닮아 있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포르노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있는 장르가 강간물이더라는 것이다. 그것도 가운데서도 또 인기가 있는 것이 이른바 갱뱅 - 집단섹스물이더라는 것이고.

 

한 여자가 여러 남자를 동시에 상대한다... 혹은 여러 여자가 한 남자를 동시에 상대한다... 과연 정상적인 상황일까? 남자는 모르겠다. 아니 남자도 그런 상황이라면 상당한 충격과 상처를 받는다. 스스로 원해서 그런 것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러나 아다시피 포르노에는 그런 배려란 없다. 말했듯 포르노이기에 그 전제로써 당연스레 그리 이루어질 뿐이다. 상대에 대한 모욕이나 굴욕조차도 상관없이. 마치 강간하듯. 마치 강하는 것처럼. 단지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레이플레이도 바로 그런 게임이다. 지하철에서 치한짓거리를 하다가 걸렸다는 이유로, 신고한 여자아이의 일가족을 - 여동생과 엄마까지 - 강간하고 길들여 자신에게 종속시키는 내용이다. 그런 이유로 게임플레이라는 것도 치졸하기 짝이 없다. 지하철역에서 엿보기, 지하철에서 치한짓하기, 그리고 처음 강간에서, 나중에는 이른바 조교라 불리우는 길들이기. 싫다고 하는 걸 덮치고, 거부하는 걸 수치스러운 플레이를 강요하고, 거부하는 손길을 피해 추행하고, 아마 현실에서 이런 짓 했다가는 당장 쇠고랑일 것이다. - 그래봐야 우리나라 재판부에서 과연 실형을 살릴까 의문이지만. -

그럼에도 이런 게임이 성립하고,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야 말로 포르노의 본질인 때문이다. 아주 귀엽고 예쁜 여자아이, 나름 성숙한 듯 매력적인 여고생, 그리고 아이를 둔 엄마라기에는 여전히 젋고 예쁜 가슴까지 큰 미망인,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대상을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것.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 그것이 포르노인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와 비슷한 게임이 없지는 않았다. 야게임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아주 오래전, 아직 도스를 쓰던 시절에 형제가 여자 하나를 조교하는 게임을 아는 녀석 하나가 구해 오는 바람에 잠시 플레이한 적이 있었다. 그나마 나은 건 그건 강간까지는 아니었다는 건데... 하긴 따지고 보면 이것도 강간이나 다름 아니었다. 전혀 그런 취향이 아닌 여자를 자신의 취향에 맞춰 길들이는 내용이니. 아마 이런 따로 귀축물이라 하는 모양이다. 귀신이거나 아니면 짐승이거나... 인간이라는 게 결국은 귀신이고 또한 짐승이기도 하니 어쩌면 가장 어울리는 작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픽은 좋다. 일루전의 게임들이 다 그러하듯 3디로 만들어진 미형 캐릭터들은 정말 잘 만들어졌다. 여중생인 미나카나, 여고생인 아오이나, 아이엄마이자 미망이인 유우카나, 그저 예쁘기만 한 얼굴이라기보다는 나름대로 개성도 있고, 각자 자신의 역할 - 즉 유저가 요구하는 역할에 맞게 신체의 특징에 있어서도 확실한 개성이 부여되어 있다. 더구나 게임시스템도 발군이라 동급생 이후로 처음으로 야게임을 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까지 느끼고 있다. 포르노로서, 아니 포르노 게임으로서 이 이상은 없다고 할 정도다. 확실히 일루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말 포르노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그러나 그럼에도 내가 이 게임을 앞으로 계속 플레이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그 파렴치함이 싫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라고 여자아이의 비명이나 우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게임을 하고 싶을까? 처음에는 스피커 끄고 플레이하기는 했지만, 미나카와 관련된 강간이벤트 끝나고 도저히 사람이 할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만든 놈들이나, 이런 걸 팔라고 내버려둔 놈들이나, 그런 걸 좋다고 사서는 만든 노들 의욕을 북돋워주는 놈들이나, 그렇다고 욕하면서도 그걸 또 구해서 하는 나도 마찬가지고, 정말 사람이란 귀신에 다름 아니고 짐승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 뿐이다.

하여튼 일루전의 게임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인간의 어두운 욕망에 대해 이리도 순수할 정도로 집요하게 탐닉하는 것에 대해서는 감탄하게 된다. 개인적인 불쾌감이나 혐오감이야 따로 젖혀둔다 하더라도 확실히 이런 것이야 말로 지금의 일본문화를 있게 한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화라는 자체가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것이고 보면, 이토록 추잡하고 저열한 욕망에 대해서까지 정면으로 대할 수 있다는 것은 문화에 있어서도 다양성과 깊이를 스스로 갖출 수 있다는 뜻일 테니까. 물론 우리나라에서 이런 게임이 나온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겠지만 말이다.

포르노란 욕망이다. 일방적인 욕망이다. 어쩌한 소통도 교류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것이다. 그 앞에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 자신 역시 인간이 아니다. 욕망을 투사하는 객체이고 욕망 그 자체다. 일루전의 게임은 그런 게임들이다.

 

레이플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즐겨보아도 좋다. 게임 자체는 포르노 게임으로서 무척 재미있는 게임이기는 하니까. 그럴 수만 있다면.


덧) 어지간하면 이미지도 좀 올리고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그만두기로 했다. 어떤 이미지를 따서 올리든 불쾌한 상상을 하고 마는 터라. 어지간히 나도 변태과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나로서는 감당 불가능이다. 그래서 이미지는 패쓰. 어떤 게임인가 알고 싶다면 다른 경로를 통하시라.

 

어찌되었든간에 그래도 이런 게임을 만들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하여튼 인간의 욕망이란 참 대단하다. 아무리 직접 강간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렇더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