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 선수의 앳띤 모습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모습, "종달새의 비상" 연기 중에서]
김연아 선수가 LA의 Staples Center에서 프리 스타일 경기를 할 때 미국 워싱턴 DC 교외지역의 한인타운인 Annadale의 한인 식당에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관람하기로 했던 아카펠라 공연 때문이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경기 일정과 시간을 확인한 터라 공연이 끝나는대로 빨리 집에 가서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볼 생각이었습니다. 7시에 시작한 공연은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9시 20분 정도가 되어서야 끝이났습니다. 이미 그 시간이면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 경기가 시작해서 한참 지났을 시간이고 김연아 선수의 경기는 제가 집에 가는 동안에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저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많은 피겨 스케이팅 팬들이 생각했듯이,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높은 점수로 1등을 해서 프리 프로그램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일등은 기정사실화 되어 있어 김연아 선수가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관심은 얼마나 멋지게 그리고 보다 실수없이 논란의 여지를 줄인 결과로 우승하는가가 제겐 관심사였습니다.
애난데일에 갔던 그 돼지 삽겹살 구이 전문 식당은 주말이라서 그런 지 사람들도 바글바글했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기 위해 몇 번을 뱅글뱅글 주위를 맴돌았는지 모릅니다. 음악 소리도 크고 사람도 많고 해서 어수선한 분위기 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저기 걸려있는 벽걸이형 텔레비전에서 피겨 스케이팅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습니다. 음향 없이 경기 모습만 나오고 있었죠.
중계방송을 보기 시작할 즈음에 아사다 마오 선수의 경기가 끝났는지 경기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많이 긴장하고 굳어있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안도 미키가 경기를 했는데 스피드가 좀 떨어지지만 그런대로 안정된 연기를 펼쳐서 일년 동안 점프 자세를 교정하고 다른 것도 보완한 점이 비로소 결실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가 끝나고 나서 드디어 김연아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재미있던 것은 식당 직원들이나 많은 사람들이 떠들면서 음식을 먹고 술도 마시고 하는 동안에 텔레비전에서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기다리며 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워낙 어수선해서 집중해서 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경기에 관심이 많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정말 빠른 속도로 질주해서 높은 도약력을 바탕으로 멋지게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하고 이어지는 다른 점프들도 실수 없이 부드럽게 착지하며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높은 점수를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200점을 넘기겠구나..... 어쩌면 프리 프로그램 개인 기록을 깨고 새로운 기록을 세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들뜬 마음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차가운 얼음물을 다 마셔 버렸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제 기억으로는 같은 스핀을 한 것 같아서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별 문제 없을 것 같았고 마무리가 참 깔끔했습니다.
그녀가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 화면은 광고로 바뀌었고 1분 여 지난 후에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김연아 선수가 나란히 앉아서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얼굴을 보는 데 점수 결과에 약간 의아한 표정을 해서 결과가 이상한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오서 코치와 김연아 선수가 놀라고 흥분하는 표정을 통해서 우승을 확정했고 높은 점수가 나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연아 선수 뒤에 몇 몇 선수들이 더 있었는데 넘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보시던 한 아주머니는 얼굴을 찡그리시며 안타까워 하시더군요. 잠시 화면에서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 장면이 나오고...... 전 이제 마음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돼지 삽겹살을 먹고 된장찌개와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에 접속하니 다음 넷의 스포츠 토론방은 흥분한 수 많은 팬들과 네티즌의 글들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연아 선수가 시상대에서 울먹였다는 것도 알았고......
저는 김연아 선수의 신화나 전설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녀에게 펼쳐 질 미래는 장미빛 전망만 있을 수 없고 새로운 도전과 실패와 땀과 눈물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그녀에게는 수 많은 기대와 도전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즈음에 USA TODAY라는 미 전국 일간지에 브라이언 오서의 인터뷰 기사가 나온 것을 떠올렸습니다. 이미 한국에도 김연아 선수의 팬들 (소위 "승냥이"들...대단한 분들 많습니다. 정말로...) 중 한명이 빨리 번역을 해서 블로그에 올려서 많은 이들이 봤을 것입니다. 그것을 읽으면서 뭐랄까 뭉클한 그 무엇이 느껴지고 감동해서 눈물이 나려 했습니다. 무슨 감동적인 스포츠 관련 영화를 본 것 마냥, 무슨 인간극장 다큐멘터리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김연아 선수의 만남은 무슨 운명적인 것이어서 숙명적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캐나다 피겨 스케이팅 계의 최고의 영웅이자 아이콘인 브라이언 오서에게 천부적 재능과 승부 근성을 갖춘 당돌하기까지 한 예쁜 소녀가 찾아오면서 한편의 드라마 시나리오가 씌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캘거리 동계 올림픽 이후 자신의 경기 장면을 보기까지 십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고 화려한 아이스 쇼를 통해 좌절과 실패의 트라우마를 애써 잊으려 했던 그에게 갖 성인 무대에 등장한 어린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만남은 상상만 해도 짜릿한 장면입니다.
출처 - 로이터
[김연아 선수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함께 놀라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에서 서로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수줍음 때문에 얼굴이 상기되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 김연아 선수보다 더 긴장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꼭 경기를 한 것 마냥.]
이후에 여러 경기에서 보듯 오서는 김연아 선수의 경기 속에서 자신을 보는 듯 하고 그녀와 함께 경기를 합니다. 그리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안타까워 합니다. 이를 두고 일심동체라고 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브라이언 오서는 김연아 선수의 정말 훌륭한 멘토이며 동료이며 피겨 스케이팅에 완전히 빠져 있는 사람입니다. 김연아 선수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가야할 길과 거쳐야 할 과정에 대한 자신의 답을 갖고 있었기에 오서를 통해서 전달되는 피겨 스케이팅의 정신과 혼과 기예 등등을 그대로 전수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두 사람은 앞으로 얼마나 오래 함께 코치와 선수로 함께 할런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둘은 자신들이 도달할 지점이 어디이며 어떻게 가야할 지를 알고 있습니다. 위대한 선수였으며 영웅이었던 오서가 가야할 길, 이제 위대한 선수이자 신화가 될 김연아 선수가 가야할 길.....
피겨 스케이팅의 팬으로서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두 사람이 엮을 감동의 피겨 스케이팅 드라마가 기대되고 흥분됩니다. 이 두 사람 이야기는 가까운 장래에 영화화되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2년 동안 두 사람이 함께 한 것은 절정의 드라마를 위한 에필로그였습니다.
이제 시놉시스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한 편의 멋진 드라마의 완성을 위한 몇 몇 에피소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좌절과 실패의 눈물이 있을 것이고 성공과 기쁨의 눈물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릴 팬들이 있을 것입니다. 놀랍고도 멋진 그리고 감동이 있는 경기,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펼쳐질 환상의 경기가 있을 것입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21세기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표준, 가늠자, 수준을 결정할 영웅의 길을 볼 수 있게된 것은 참으로 흥분되고 기대되는 일입니다. 이 영웅을 통해서 새롭게 등장할 대한민국의 또 다른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 있지 않을까요? 멋지게 도약해서 뛰어올라 회전하여 내려 앉는 모습, 환상적인 스핀과 스텝과 스파이럴 활주를 통해 보여줄 멋진 경기를 계속 보게 될 것입니다. 환상의 복식조도 나올 것이고.....
제가 너무 흥분하고 감동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경기를 보고 또 보고 여러 번 볼 때마다 그것을 지켜보며 함께 경기하는 오서를 볼 때마다 경기에 임하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그들의 말들을 들을 때마다 그저 감동이며 도전 정신이 생깁니다. 행복한 스케이터가 꿈인 김연아 선수를 보면서 행복한 팬이 되겠습니다. ^^
[p.s] Brian Orser & Yu-na Kim Montage by
Annablue10's videoblog http://www.youtube.com/user/annablue10
Thank your for posting this beautiful pi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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